4. 청와대로 가자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학생 가족이 20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의 직접 면담을 요구하며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출발해 청와대를 향하던 중 경찰에 가로막히자 오열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청와대로 가자
2014년 4월 18일
2014년 4월 18일
2014년 4월 19일
2014년 4월 19일
2014년 4월 20일

사고 셋째날. 정부는 여전히 무능했다. 중대본(안행부)과 구조작업 중인 해경, 범대본(해수부)이 각기 다른 주장을 했다.

 

이날 ‘선체 진입’을 둘러싼 각 부처의 입장 변화는 한 편의 블랙코미디다. 

언딘마린인더스트리.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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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딘 잠수부 2명, 공기작업선 작업 위해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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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경 발표 "17일부터 18일 09시까지 함정 173척, 항공기 29대, 잠수요원 532명을 지속 투입했다" "해경 및 해군 잠수요원이 총 20회 걸쳐 시도했으나 내부진입 실패, 식당까지 가이드라인 점진 설치중"

 

 가용인원 기준 해경 발표로 실종자 가족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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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정부 사고대책본부 발표 "3개 이상 루트로 선체진입 시도중”. 그러나 실제 설치가 완료된 가이드라인은 1개뿐, 나머지 2개는 작업중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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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 현장구조지원본부, 리프트백 설치

 

 진도교육지원청에 교육부 현장상황실 마련

리프트백 설치하는 구조대. 연합뉴스

오전 10시 49분, 범대본은 “3개 이상의 루트(가이드라인)로 선체 진입을 시도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실 1개 가이드라인만 설치됐고 2개는 설치중인 상황이었다.

 

가족들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거짓 발표였다. 하지만 언론은 ‘작업에 속도가 날 것’이라며 받아 썼다.

같은 시각 진도실내체육관의 실종자 가족. 이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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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대본 발표 “10시 5분 3층 식당까지 진입 성공 및 10시 50분 공기주입 시작". 이후 거짓으로 판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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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대본, '선내 진입'  발표 혼선 "해경에 다시 확인해 보니 (선체진입 아닌) 공기주입 작업하고 있다"

 

 KBS 등 여전히 '선내 진입' 오보 내보내

 

 실종자 가족, 정부 및 언론 불신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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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까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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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정부 사고대책본부, 중대본 발표 정정. "선체 진입 성공 못해"

오전 11시 20분, 중대본이 “3층 식당까지 진입에 성공했고 공기 주입도 시작했다”며 ‘선체 진입 성공’을 발표했다.

 

잘못된 발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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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경, 중대본 발표 공식 반박 "진입 아니고 가이드라인 설치, 11시 19분부터 공기 주입(공기 주입하는 시간에는 잠수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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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톤 리프트백 1개 설치

낮 1시에 중대본은 자신들의 발언이 잘못된 것 같다고 다시 확인하겠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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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대본, "선내 진입 실패했다" 말 뒤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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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톤 리프트백 1개 추가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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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내 진입 첫 성공 (2층 화물칸, 14분간), 장애물로 더 이상 진입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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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뉴스특보 "선내 엉켜있는 시신 다수 확인" 오보

낮 1시 18분, 범대본은 중대본의 발표가 잘못됐다고 정정했다.

단원고 교감의 주검을 실은 구급차. 이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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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원고 교감, 진도실내체육관 인근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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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t 리프트백 1개 추가 설치. 총 3개 설치 완료

1시 30분에는 해경도 나서서 중대본 발표를 반박했다.

 

“선체 진입은 아니고 가이드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오전 11시 19분부터 공기를 주입중이다. 공기 주입하는 시간에는 잠수 작업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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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경 발표 "지금까지 17명 동원해 총 10회 잠수수색, 선내 시신들은 확인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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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프트백 추가 설치 계획 중단 (35톤 부력 리프트백 25개 추가 설치 예정이었음)

 

 단원고 교감 자살 사실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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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석진 안전행정부 대변인 "혼선 죄송, 앞으로 해경 브리핑이 공식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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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남수 장관 수행원, 단원고 학생 빈소 방문중 "교육부 장관 오십니다" 발언해 빈축

오후 3시 27분, 중대본은 “선내 진입에 실패했다”고 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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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석 선장 등 선원 3명에 구속영장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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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홍원 총리, "발표는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본부장 해수부 장관)로 일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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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뉴스쇼 판>, '대참사에도 박대통령 지지율 견고 이유는' 톱으로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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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경 공식브리핑 "탑승객 476명, 구조자 174명으로 정정" (이후 사고 20여일이 지난 5월 7일 구조자를 172명으로 정정)

그러자 중대본을 비웃기라도 하듯 11분 뒤인 3시 38분, 해경이 주축이 된 민·관·군 합동구조팀에서 선내 진입에 첫 성공했다는 소식을 알려 왔다. 2층 화물칸에 14분 동안 진입했다가 나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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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수요원 2명, 파도와 조류로 선수 3층 객실 진입 시도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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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지방법원, 이준석 선장 등 선원 3명에 구속영장 발부

초미의 관심사였던 ‘선체 진입’을 두고 정부가 오락가락할 때, 정확한 사실을 보도했어야 할 언론은 정부 발표를 따라가기조차 바빴다. 중대본이 선체 진입은 사실이 아니라고 정정하고 있던 낮 1시 이후에도, KBS에선 “선체 진입” 속보가 계속 나왔다.

 

숱한 오보도 이날 나왔다. 이날 오전 민간인 자원 잠수부라고 주장하는 홍가혜씨가 “해경이 민간 잠수부들을 들여보내지 않고 있다”는 거짓 주장을 MBN이 그대로 인터뷰 보도했다가 파문이 일었다.

 

오후 4시에는 KBS 뉴스특보에서 “선내 엉켜 있는 시신이 다수 발견됐다”고 오보를 했다.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잠수부들이 시신을 확인한 것은 다음날인 19일 새벽 5시 35분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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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이드라인 2개 설치

 

■ 이상 가이드라인 총 3개로 늘어나. 최초 설치 뒤 58시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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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층 유리창 통해 사망자 3명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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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신 유실 방지용 그물망 설치하겠다"  (그러나 실질적인 유실 차단장치 5중망 설치한 것은 5월5일, 유실방지전담반 꾸려진 것 4월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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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경 브리핑 "어제(18일) 50여명 잠수요원 총 30회 수색 실시" "언딘은 심해 잠수 전문 구난업자, 군경보다 능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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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사망자 신원확인 위한 실종자 가족 DNA 샘플 채취 시작

DNA 채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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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도실내체육관에서 19일 새벽 수중 촬영한 영상 시청. 시야 뿌옇고 조류 심해 3~4층 복도 난간에서 진입 못하고 25~30분 잠수. 실종자 가족들 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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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팽목항에 모인 학부모 사이에서 "크레인으로 배 고정시켜야" 의견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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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흘 동안 뭘 한거냐. 외국 도움 왜 거부했나" 진도실내체육관에서 해경 성토

실종자 가족들이 오락가락하는 해경 구조설명에 강력 항의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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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입시도 재개 "조류 약해져 선내진입작전 전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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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12함, 표류 시신 1구 수습

오후 5시 16분, 김석진 안전행정부 대변인은 “혼선을 빚어 죄송하다”며 “앞으로 해경 브리핑이 공식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안행부가 자신의 브리핑을 믿지 말라고 선언한 것은 사고 첫날 이후 두 번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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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유언비어 강력 대응키로. 부적절한 게시물 작성자 IP 14건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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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관군 합동구조단 객실 진입 성공. 단원고생 시신 3구 수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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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항의방문 추진 "사고발생 닷새째 되어서야 선내 진입했다. 더 이상 정부를 못 믿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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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홍원 총리, 진도실내체육관 찾아 가족들 진정 시도

 

 격분한 실종자 가족들 정 총리 탑승 차량 둘러쌈

더딘 구조에 격분한 실종자 가족들이 청와대 행진을 한다고 하자 총리가 황급히 내려왔지만 설득하지 못하고 차안에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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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종자 가족들, KTX 탑승 위해 목포 방향으로 행진

 

 정홍원 총리 차량, 진도실내체육관 빠져나감

가족들이 청와대 항의방문에 나서기 위해 새벽부터 길을 나섰다.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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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실 내 시신 1구 추가 수습

 

 선원 4명 추가 체포

정홍원 국무총리가 이날 저녁 8시 다시 한번 교통 정리를 했다. 앞으로 발표는 범대본(본부장 해수부장관)으로 일원화하겠다고 밝혔다.

 

무려 사고 77시간이 지나 이뤄진 ‘브리핑 단일화’였다.

실종자 가족들이 경찰에 가로막히자 “아이를 찾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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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실 내 시신 3구 추가 수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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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종자 가족 100여명, 진도대교 앞에서 경찰 3개 중대에 가로막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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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실 내 시신 9구 추가 수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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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저지선을 따라 앉은 실종자 가족들 "말이 다 틀리고 지금 하는 작업 믿을 수 없다", "걸었을 뿐인데 경찰과 대치한다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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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종자 가족들 다시 행진 시도. 경찰 저지 뚫으려 하며 "정부는 살인자" 외쳐

 

 경찰, '채증' 명목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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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이드라인 5개로 늘어나 빠른 진입 가능

 

 해경 브리핑 "어제(19일) 563명 동원해 총 15회 선체수색, 선내 진입 루트 개척됐으니 집중 수색 예정"

 

 범정부 사고대책본부 "인양은 생존자 위험할 수 있어 잠수 선내 진입 방식 지속", "자원 민간잠수부 경우 위험성 감안 심사 후 구조활동 투입"

 

   저지선에 여경 투입, 여경과 어머니들을 중심으로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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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경찰청장, 실종자 가족들 설득 "10시30분까지 총리가 가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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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종자 가족들, 총리 면담 위해 진도실내체육관으로 가는 버스에 탑승

사고 나흘째인 19일 새벽 4시. 마침내 가이드라인이 추가 설치돼 총 3개가 됐다. 잠수부들이 동시에 작업을 할 수 있어 비로소 속도가 붙었다. 최초 설치 뒤 58시간 만의 일이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새벽 5시 35분, 민간잠수부가 객실 창문으로 사망자 3명을 확인했다. 가냘팠던 희망은 돌이킬 수 없는 절망과 체념으로 변했다.

오전 11시부터는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에서 시신 발견시 신원 확인을 위한 DNA 샘플 채취 작업이 시작됐다.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이 길게 줄을 섰다.

실종자 가족들을 답답하게 만든 것은 정부의 어설픈 구조작업과 믿을 수 없는 말들이었다. 11시 37분 체육관에선 실종자 가족들이 확보한 구조 작업 수중 영상이 공개됐다. 뿌옇고 탁한 시야 속에서 선체만 더듬다가 25분만에 올라오는 잠수사의 모습이었다.

 

요란한 구조작전 보도와 달리, 사고 사흘 동안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첫날부터 사고 해역을 밝힐 수 있는 오징어 채낚기 어선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물 속에서 오랜 작업이 가능한 민간 잠수사 ‘머구리’ 투입도 제안했다. 오징어 채낚기 어선과 머구리는 사고 나흘째인 19일에야 도입이 결정됐다.

 

배가 더이상 가라앉지 않도록 하는 리프트백(공기주머니)도 달아달라고 요구했다. 리프트백은 19일 11시가 되어서야 해군이 달았고, 오후 5시께 소용 없다는 결론이 나 중단됐다.

 

"가족들이 구조 방식을 제안하면 검토해보겠다는 식이다."

 

가족들은 해경의 소극적인 구조 방식을 성토했다.

19일 밤 11시 48분, 민관군 합동구조팀이 드디어 선내에 진입했다. 단원고생 3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학부모들의 분노가 불타오르는 도화선이 됐다.

 

“사고 발생 닷새째가 되어서야 선내에 진입했다. 이제 더이상 정부를 못 믿겠다. 청와대 앞에서 드러눕자.”

 

몇몇 학부모들이 벌떡 일어섰다.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았을 때, 실종자 가족들에게 했던 빠른 구조 약속을 지켜달라고 읍소하자는 것이었다.

새벽 2시께 청와대행 소식을 들은 정홍원 총리가 황급히 체육관을 찾았다. 제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정 총리는 자신의 차량에 다시 탔다.

 

“애들은 꺼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가족들이 총리가 탄 차를 둘러싸고 눈물을 쏟았다. 총리는 뒷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눈 감은 총리를 보며 가족들은 두시간 가량 그 자리를 지켰다. 총리는 차에서 나오지 않았다.

일부 가족들은 총리와의 대화를 포기하고 청와대로 행진을 시작했다. 부슬비가 내리는 컴컴한 국도를 약 12킬로미터 걸었다. 각자 잃어버린 아이 이름을 목놓아 불렀다.

 

“아이를 살려내라!”

 

“정부는 살인마다!”

 

쇳소리에선 울분이 녹아나왔다. 이 모습을 경찰은 동영상을 찍어 채증했다.

6시 30분, 진도대교 인근에서 경찰 3개 중대가 행진을 가로막았다.

 

“내 딸이에요. 아이를 찾아주세요. 제발….”

 

휴대전화 속 아이 사진을 경찰에게 내밀며 한 아버지가 호소했다.

 

“구조작업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으면 처음에 제대로 말해줬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가족들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졌다. 우리 딸 얼굴이라도 알아볼 수 있도록 꺼내달라.”

 

또다른 실종된 아이의 엄마가 눈물을 흘렸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9시 53분까지 그대로 눈물과 비에 젖어 갔다. 저지선을 형성한 여경들도 함께 울었다.

더이상 행진할 수 없었던 실종자 가족들은 10시 20분,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진도 실내체육관으로 돌아갔다. 그 뒤 사복 차림으로 현장에서 가족들을 지켜보는 정보담당 형사의 수는 두배로(16.25명→33명) 늘었다.

 

세월호가 다시 돌아오지 못할 진도 해역으로 진입한 지 99시간 12분 만의 일이었다.

5월23일 오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방파제에 희생자을 추모하고 실종자들의 귀환을 비는 풍경이 매달려 있다. 김태형 기자

취재 정유경 글 정유경 이재훈 코디네이션 김용철 자문 목포/안관옥(해경) 목포/노현웅(검찰) 안산/홍용덕(단원고) 영상 김도성 이규호 기획 조승현 정유경 디자인·제작 조승현

ⓒ2014 Hankyoreh Media Company

기사 원문은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37991.html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