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있는 배우, 차승원
이미지를 먹고 사는 배우의 ‘진짜 모습’은 알기 힘들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만났느냐에 따라 극과 극을 오간다. 기자들도 호감도에 따라 평가가 엇갈린다. 그래서 뭉쳤다. ‘사심(4心) 인터뷰’는 그 배우를 각각 다르게 바라보는 네 개의 마음이 여러 각도에서 배우를 톺아본다.
사심의 첫 대상은 차승원. 그처럼 다양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도 드물다. 중년인데도 여심을 흔드는 설렘의 대상이고, 멋진 아빠, 멋진 남편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까칠함과 다정함이 한 사람 안에 다 있다.
팬심, 무관심(혹은 안티), 우정, 동경의 ‘네 마음’이 모였다. 차승원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는 진명선 사회부 기자와 반대로 차승원이 출연한 작품은 9년 전 <무한도전>이 마지막이라는 ‘무관심’의 결정판 김효실 미디어담당 기자, 차승원처럼 멋진 중년이 되고싶은 김원철 디지털부문 기자, 차승원을 오랜 기간 취재해 온 남지은 방송연예담당 기자가 지난달 21일 <한겨레> 신문사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죽겠다”고 했다. 전날 <무한도전> 촬영으로 태백 탄광촌에 다녀왔다는 그의 얼굴에는 피곤이 가득했다. 손톱에는 채 지워지지 않은 탄광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데뷔 20년이 넘은 이 톱배우는 왜 굳이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1050m의 막장까지 들어갔을까.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고, 다 친하니까. 최근에 약간 좀 그랬기도 했고.” 길에 이어 노홍철까지 하차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무한도전>을 돕고 싶어하는 마음이 커보였다.
차승원은 그런 배우다.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확실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손해와 고생을 감수한다. 의외의 모습도 많다. 동대문에서 옷도 사입고, 나영석 피디가 “아줌마”라 부를 정도로 수다스럽다. 한편으로는 까칠하다는 지적도 적잖게 나온다. 최근 그의 부성애가 부각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랐던 것도 평소 차갑다는 이미지가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은 이런 저런 일들을 통해 느낀 건, 차승원은 따뜻한 아빠라는 것이다. 평소에도 옆에서 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아이들을 챙기지 않나. 아빠가 그러기 쉽지 않다.
승원 아빠도 부모잖아. ‘부-모’라고 하지 ‘모-부’라고 하지 않잖아. 어머니는 낳은 그 자체로 위대한 것이고. 남자는 안 낳았으니 더 잘해야지.
지은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중요하게 여기는 한 가지는 뭔가.
승원 주변 환경이다. 주변 사람들, 친구들. 근묵자흑(검은 먹을 가까이 하면 검어진다)이라 하잖아. 난 그 말을 믿거든. 부모가 그런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원철 아들이야기가 나왔을 때, ‘아버지가 차승원 집에서 경비를 했다’는 한겨레 기자의 글이 화제였다.
승원 그땐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거기(경비실)가 되게 좁다. 그곳에서 주무시고 밤새시고 그러는데…. 또 한편으로는 세상이 얼마나 각박하면 그런 걸로 이럴까 싶기도 하고.
지은 부성애가 강조된 것에 대한 배우로서 아쉬움은 없나. 데뷔 이후 늘 ‘설렘의 대상’이었는데 이번 일을 통해 ‘차승원은 아빠다’가 뇌리에 박히게 됐다. 역할에 제약이 따를 수도 있다.
승원 신경 안 쓴다. 그런 작품을 만나면 또다시 설레일 것이다. 안 설레면 또 어떤가. 다른 걸로 보여주면 된다.
그는 “더이상 내 입으로 가족에 대해 얘기하면, 내가 정말 나쁜 놈인 것 같다”며, 가족 관련 추가 질문을 정중하게 사양했다. “우리 가족은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니, 더는 캐물을 수가 없었다. 중요한 건 부성애가 부각됨에도 그는 여전히 ‘아버지’라는 느낌보다, ‘멋진 배우’로 우뚝하다는 점이다. 타고난 외모 덕이 크지만, 꾸준한 운동으로 몸을 단련한 의지력이 더해졌다. 탄탄한 몸은 여성을 넘어 멋진 중년을 꿈꾸는 남성들의 로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원철 같은 남자로서 몸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20대 때부터 배에 늘 식스팩이 있다는 게 말이 안 된다. 한번도 무너진 적이 없나. 배 나온 남자의 고민을 아나.
승원 나도 배 나온다. 옆구리도 나오고. 안 들킬 뿐이다.(웃음) 매일 50분씩 운동하는데, 나와의 약속이다. 웨이트와 유산소를 한다. 운동은 의지다. 웨이트는 나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전문가와 함께 해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궤도로 운동을 할 수 있고 몸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원철 운동하면서 지키는 원칙이 있나.
승원 요즘은 음식을 하루에 두끼만 먹으려고 노력한다. 아침점심저녁 상관없이 두끼를 좀 많이. 과자 이런 거 단 거 잘 안 먹는다. 그리고 현대인은 두끼만 먹어도 된다.(일동 웃음) 충분히 칼로리를 섭취할 만한 음식이 주변에 널려있다. 너무 과잉이야. 포화상태라고. 음식을 좀 조절할 필요가 있다.
원철 20년 넘게 핀 담배를 끊은 것도 놀랍다.
승원 3개월 됐다. 하루에 두세 갑씩 폈다.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의사가 몸에 근육량도 많고 40대에 비해 장기가 이렇게 좋은데 왜 혈관이 좁아지는지 이해가 안 된다더라. 심장 쪽 주요 혈관 중에 하나가 얇아졌다는데 나이가 더 들면 그게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담배를 피냐고 묻더라. 나오자마자 주차장을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한 대 피고 끊었다.
원철 담배 끊으면 살찐다는데.
승원 반찬을 두개 먹을 것 3~4개 먹게 되더라. 근데 아침에 컨디션이 좋아졌다. 이전에는 아침에 컨디션이 안 좋아서 아침운동을 못했는데 (담배 끊고 나서) 아침운동이 가능해졌다. 컨디션이 좋아지니까 자연스럽게 아침운동이 되는 거지. 그래서 뭐 괜찮다.
지은 어쩐지. 얼굴도 더 좋아진 것 같더라.
승원 피부가 어마어마하지?(일동 웃음)
원철 자기관리를 잘하는 세련된 중년이고, 가정에 충실한 모범적인 가장의 이미지가 있다. 생활인으로서 좋은 모델이지만, 배우는 아티스트이지 않는가. 절제된 생활이 방해되지 않나.
승원 대한민국에선 필요하다고 본다. 나는 착한 사람은 아닌데 될 수 있으면 본능이라고 할까, 그런 것들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직업을 안했었으면 모르겠지만, 하고 있으니까 지킬 건 지켜야 한다. 그리고 난 지금의 내 삶이 좋다.
지은 절제하는 생활이 심심할 것도 같다. 보통 남자 배우들처럼 동료들끼리 어울려다니며 술을 마시지도 않고 일 끝나면 보통 바로 집에 가잖아.
승원 심심할 틈이 없다. 난 바뻐. 할 게 많아.(일동 웃음) 가끔 술도 마신다. 배우들은 잘 안 만나고 주로 회사 사람? 최근에는 승기를 한번 만났고. 수다 떠는 걸 좋아한다. 나영석 피디가 나더러 아줌마라고 한다. 그런 데로 재미있게 산다.
지은 늙어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
승원 주름이 늘면 화면에 좀 덜 나왔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은 한다. 그런데 그건 단편적인 거니까, 오히려 이제는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적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슬픔은 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니까. 어느 순간에 다 헤어져야 되는 것이 싫다. 어떤 사람은 죽음도 질병이다라고 하는데, 난 그렇게 초연하지는 못할 것 같다.
지은 차승원의 나이듦이 기대되는 부분도 있다. 조지 클루니처럼 50~60대가 되어도 멜로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을 하는 배우가 한국에는 거의 없다.
승원 우리는 우리만의 정서가 있다. 그 나이 때 우리나라 배우들이 했던 것들이 있는데, 그걸 단순히 외국 배우에 끼워맞추는 건 아니라고 본다. 그 멋짐이라는 게 ‘색깔’이 다른 것같다. 할리우드 배우들도 멋있지만 우리는 다르게 멋있는 거다.
명선 한국의 조지 클루니가 돼달라.(일동 웃음)
승원 물론 제레미 아이언스 같은 배우들을 보면 멋있다. 그러나 그런 것도 다 사회가 만들어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그렇게 바라봐야 되는 거다. 일단은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 그래야 그렇게 바라봐줄 마음의 여유도 생긴다. 결국 나라가 잘 살아야 한다. (곁에 있던 <한겨레21> 표지의 제목을 가리키며) ‘출근하다 죽겠다’ 이런거 말고 ‘출근이 즐거워’ 이런 게 나와야 된다.
모델로 데뷔한 차승원이 배우로 성공한 데는 외모에 기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승원은 데뷔 후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등 주로 코미디 영화에 출연해 타고난 외모를 망가뜨리는 역할로 모델 출신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코미디 연기가 정점에 이른 뒤에야 <혈의 누>, <박수칠 때 떠나라>처럼 남성미를 드러냈다.
로맨틱 코미디를 한 건 의외로 37살 때인 2009년 드라마 <시티홀>이 처음이다. 로맨틱 코미디의 정점인 <최고의 사랑>은 41살 때 했다. 멋있는 역할만 하다가 중년에 코미디를 하는 다른 배우들과 반대다. 이런 노력으로 40대 중반에도 멜로가 가능한 배우가 됐다.
명선 멜로를 늦게 찍었다. 왜 그동안 무수한 여심들을 방치해뒀나.
승원 젊을 때는 멜로를 잘 못했을 것 같다. 그때는 정적인 연기를 안 하고 싶었다. 내 성격에 맞는 작품들만 찾아 했다. 자신이 없기도 했고. 나이가 들고 연기 경험이 쌓이다보니 그런 감성들이 조금 이해가 되면서, 해도 괜찮을 것같았다.
명선 차승원은 몸도 연기를 하더라. <시티홀>에서 김선아를 돌려세우거나 딴청을 피우는 척하다가 김선아에게 뽀뽀하는 장면을 수십번 돌려봤다. 멜로연기를 하면서 각 같은 것도 연구를 하나.
승원 멜로는 느낌인 거 같다. <시티홀>은 대본이 좋았다. 내가 여태껏 찍은 영화와 드라마 통틀어 한 세손가락 안에 꼽는 좋아하는 드라마다. 글이 되면 몸은 자연스럽게 움직여진다. 자꾸 뭘 만드니까 어색해지는 거다. 이전에는 (명언집도 보며) 대사를 창조해내기도 했는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제는 대본에 충실한 연기가 가장 좋다는 생각을 한다. 뭘 채워넣으려고 할수록 어색해진다.
지은 실제로도 로맨틱하나.
승원 아니. 난 그냥 평범하다. 마초는 아닌데 남성적인 성향이 강하다. 학교 다닐 때보면 여자들한테 인기 많고 남자들한테는 없는 사람이 있지 않나. 난 그 반대였다. 남자들이 더 좋아한다.
지은 1년에 몇 번쯤 유혹 받나.
승원 한번도 없다. (모른 척 하는 건 아니고?) 또 이 나이에 유혹을 받은들 뭘 하겠어. 안그래? 난 바쁘다니까. 할 일이 너무 많다고.(일동 웃음)
지은 영화 <하이힐>에서 여장도 했다. 다양한 도전을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악역이나 사이코패스 등 안 해본 역할이 많더라.
승원 사이코패스 이런 건 안 들어온다. 그렇게 치닫는 악역이 잘 안 들어오더라.
지은 이렇게 몸 관리를 열심히 하면서 벗는 연기도 안 하더라.
승원 벗는 연기는 안 하지만 그것과 준하게 많이 벗었다.(웃음) 사실은 베드신을 거부하는 것도 있다. (결혼해서?) 그런 것도 있고, 그냥 불편하더라. 난 키스신만 해도 야해 보인다. 그게 그런 게 있다. 몰라서 묻는거야? 여기 냉수 한 잔 주세요(일동 웃음).
그는 “정치·사회적인 발언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회적 현안에 목소리를 높인 적이 없다. 그런 그가 지난 4월 세월호 사건 뒤 치러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겨레>의 선거 독려 캠페인에 응했다. 매년 하는 선거 독려 캠페인인데도, 세월호 사건 탓인지 늘상 하던 사람들도 꺼려할 때였다. 그때 유일하게 선뜻 나섰던 연예인이 차승원이다. “이럴 때는 해야지”라는 말의 울림이 컸다.
지은 그때 어떤 마음이었던 건가?
승원 특별한 건 없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희생돼서. 누군가의 자식이고 부모고 친인척이고. 이것저것 다 접어두고 그냥 너무 슬픈 일이잖아. 누군가의 잘잘못을 떠나서. 특히나 아이들 같은 경우엔 무슨 죄가 있나. 그런 상황에서조차도 나몰라라하면 안 되지 않나.
원철 연예인들이 정치나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분들이 꽤 있는데.
승원 난 안 한다. 관심은 있는데, 내가 발언할 만한 주제가 안 된다. 얄팍한 지식을 갖고 주장을 한다는 건 아니라고 본다. 끝까지 생각을 관철시키면 좋은데 난 모르니까. 나중에 말문이 막힐 게 뻔한데, 아는 척 목소리를 높일 수 없다. 물론 소신 있게 발언하는 분들도 있어야 한다.
원철 사회적 발언 안 한다고 했는데, 오래 전 인터뷰들을 보면 강자가 약자에 대한 것에 울분을 토하는 느낌이다. <씨네21>에서 이라크를 침공한 부시를 비판하기도 했고.
승원 약자를 괴롭힌다, 그런 것보다는 흉흉한 사건이 많으니까. 요즘에는 그런 것에 분노가 치민다. 살기 힘들어서 그러는 것을 보면.
지은 왜 이렇게 흉흉해진 것 같나.
승원 개인의 잘못도 있지만 단체의 잘못 아닌가. 개인을 그렇게 만든 건 사회 아닌가. 사회.
차승원은 1시간 넘게 <한겨레> 사옥 곳곳을 돌며 사진촬영을 했다. 옥상부터 3층까지 신인같은 ‘강행군’에도 인상 한번 쓰지 않았다. “<한겨레> 화장실에서도 찍어봤어. 오늘은 쾌적한거야”라며 나서서 우스갯소리로 분위기도 띄운다. 그와 함께 드라마를 작업했던 한 피디는 “밤샘 등 힘든 촬영으로 생기는 배우들과의 갈등을 차승원이 중간에서 해결해주곤했다”고 했다. 이런 텔레비전밖 마음 씀씀이와 달리 차승원은 까칠해보인다는 평가도 받는다.
효실 만나보니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고 과욕을 안 부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생각보다 인간적이어서 놀랐다. 그런데 안티 포함 무관심들은 차승원하면 까칠하다는 생각부터 한다.
승원 내가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다. 난 사람을 되게 많이 탄다. 호불호가 갈리는 사람이다. 네편 내편을 가른다. 그래서 남의 편일 경우 나를 만난 사람들은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 그것도 나이가 들면서 표현 안하려고 노력한다.
효실 연기를 해도 작품에 녹아들어서라기 보다는 모델이니까 멋있어 보이는 거겠지라고 생각했다. 배우로서 자신이 어느 지점에 올랐다고 생각하나.
승원 어떻게 보면 나는 다른 노선을 가는 배우다. 내가 연극으로 시작한 사람들의 연기를 아무리 연구해도 그렇게 될 수는 없다. 한때는 나도 ‘연기파’가 되려 고민하고 고뇌하고 그랬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 같다. 바라봐주는 사람들이 그렇게 봐주지 않는다. 내가 불쌍한 역할을 해도 안 불쌍하게 보인다. 나는 못되게는 생겼는데 불쌍하게는 안 생겼다. 연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선택해야 하는 길은 차승원이라는 색깔에 맞는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다. 알고 보니 어떤 사연으로 연민을 느끼게 되는 뭐 그런. 나만의 방식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도 나만의 색을 찾아가고 있다.
지은 차승원은 한류의 중심에 섰다는 느낌은 없다. 한류열풍 때문에 한류를 생각해서 작품을 선택하는 배우들이 많은데, 평소 보면 그러지 않잖아.
승원 한류 좋지. 우리가 찍고 하고 있는 콘텐츠가 외국에서 인정받고, 이런 걸로 인해 여러 가지가 창출되고 이런 건 좋다. 그런데 그것만 하는 건 위험한 거다. 한류에 포커스를 맞춰 작품을 한다는 건 우매한 것 아닌가. 우리 정서에 맞고 우리가 재밌어 하는 게 나갔더니 사람들도 재밌어 하더라는 거잖아. 여기서 잘 만든 게 여러 나라에서 사랑받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건데, 그들의 입맛에 맞게 만든다는 건. 글쎄, 그건 난 아닌 것같다.
효실 무관심했지만 이런 생각은 했다. 처음부터 결혼한 거, 아이 있는 거 다 밝히는 거 보면서 아, 이 사람은 인기몰이가 목표는 아니구나. 비겁하게 인기를 얻고 싶지는 않다는 인상.
승원 어쩌면 인기가 다 일수도 있다. 외국 같은 데 초청받아 가면 공항에 팬들이 나와있고. 그런 거보면 기분은 좋다. 그러나 그게 없어졌다고 일희일비하지는 않는다. 인기를 더 얻기 위해 뭔가를 하는 게 아니라, 배우를 계속하기 위해 새로운 걸 구상해야 한다.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 그리고 난 인기 있다. 많다. (일동 웃음)
명선 어쨌거나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여기저기 방치되어 있는 여심부터 생각해달라. <시티홀>과 <최고의 사랑>을 돌려보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일동 웃음)
승원 빨리 찍어야지. 내년에는 정말 재미있는 로맨틱 코미디 하나 하고 싶다. 진짜 재미있는 것. 그 전에 다른 재미있는 거 뭐하나 할 것같다.
(끝)
#에필로그-사심의 발견
지은: 우정의 발견은 모범 입주민
인터뷰가 끝난 뒤 그는 아버지가 자신의 빌라에서 경비원으로 일했다는 <한겨레> 기자를 수소문해 찾아가 아버지의 안부를 물었다. 이런 입주민만 있다면 어떤 아파트 사건같은 안타까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남지은 기자
효실: 무관심의 발견은 멘토
‘큰 일도 아닌데 성가시게 군다는 듯’하면서도, 사실은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 그런 친구가 떠올랐다. 멘토로 삼고 싶다고 할까. ‘모범답안’을 읊는 ‘꼰대’와 달리,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일의 소중함을 넌지시 알려줄 것 같다. 인터뷰를 하면서 내 고민의 무게를 덜게 될 줄이야.
원철: 동경의 발견은 부정
‘아버지’라는 세 글자에 모든 걸 구겨넣으려는 듯 “배드신 불편해서 싫다”, “유혹? 받아봐야 뭐하냐”며 수컷 냄새를 지우려 애썼다. 세월호 관련 질문에도 대답 대신 ‘아버지’라는 말을 되뇌었다. 이 남자, 배우이기 이전에 어쩔 수 없는 아버지였다.
명선: 팬심의 발견은 인간미
<시티홀>의 조국보다 멋진 ‘남자’였다. 조지 클루니 ‘같은’ 배우가 아니라 그냥 ‘차승원’이 되겠다는 내공이 돋보였다. 모든 게 잘생긴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뭉툭한 손톱에는 <무한도전> 촬영 때 생긴 탄가루가 묻어 있었다. 소중한 사람과 일에 헌신하는 그는 조국보다 멋진 ‘인간’이었다.
글 남지은 사진 김명진 영상 박수진 기획 김원철 제작 조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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