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답을 들을 차례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매주 월요일 대통령에겐 어김없이 편지가 배달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43일째인 2013년 4월의 봄날, 첫 편지를 보냈습니다.

곽병찬 대기자는 이 편지가 ‘연서’이기를 바랐습니다.
“더 사랑받고, 더 사랑하세요”라는 당부는, 그렇게 2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국정원 대선 개입, 남북정상 대화록 공작, 검찰총장 사찰 및 퇴진 압력, 정윤회 문건 파문 그리고 세월호 참사까지 그간 너무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편지는 대통령에게 세간의 민심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려 했습니다.

첫 편지부터 101번째 편지까지 타임라인으로 묶었습니다.
현대사의 한 페이지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시한번 읽어보실 것을 권합니다.
그리고 진솔한 답장을 기대해봅니다. 

  • 첫 편지
  • 김관진-김장수 말폭탄
  • 이동흡부터 윤진숙까지
  • 개성공단 전원 철수
  • 취임 첫 한-미 정상회담
  • 윤창중 성추행
  • 5.18 기념식
  • 오월의 민주주의
  • 잇따른 일본 망언
  • 원전 비리
  • 국정원 선거개입
  • 십상시
  • 국정원 선거개입
  • 역사학자 시국성명
  • ‘귀태’ 논란
  • NLL 정쟁
  • DMZ 세계평화공원 구상
  • ‘저도의 추억’
  • 국정원 공작 규탄 촛불문화제
  • 세재 개편안부터 촛불시위
  • 취임 6개월
  • 이석기와 내란음모
  • 러시아·베트남 국빈방문
  • 채동욱
  • 검찰총장 신상털기
  • 신상털기
  • NLL 대화록
  • 국정원·검찰의 대화록 정치
  • 국정원 선거개입…“나와 무관한 일”
  • 김석기 공항공사 사장 임명
  • “39년 만에 박근혜 공주 다시 오다”
  • 4성 장군들과 ‘선군’ 정치
  • 박정희 신격화
  • 사제단의 시국미사
  • 취임1년
  • 넬슨 만델라 타계
  • 문재인 죽이기
  • 공권력, 민주노총 침탈
  • 철도 총파업
  • 신년 기자회견
  • 교학사 국사교과서 논란
  • 용산참사 5주기
  • 통일 대박론
  • 박근혜호의 통일론
  • 김용판 전 청장 1심 무죄
  • 빅토르안 소치 금메달
  • 소치 반칙과 김연아
  • 세모녀의 죽음
  • 국정원 간첩 증거 조작
  • 통일 독트린
  • 핵안보정상회담 참석
  • 드레스덴 연설
  • 북한 무인기 침투
  • 7년 전 그 때
  • 세월호 침몰
  • 세월호, 정부의 변칙과 무책임
  • 국가 개조론
  • 청와대 대변인 “순수 유가족”
  • 세월호 대국민 담화
  • 대통령의 눈물
  • 세월호 추모집회
  • 청와대발 ‘국가개조론’
  • 문창극 지명
  • GOP 총기난사 사건
  • 등돌리는 친박들
  • 시진핑 국가주석 방한
  • 대통령의 8시간
  • 2기 내각 출범
  • 유병언의 주검
  • 세월호 유가족 단식
  • 대통령의 사생활
  •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 세월호 유족들 막는 경찰
  • 대통령의 화장발
  • 원세훈 무죄판결
  • 세월호 참사 5개월
  •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
  • ‘사생활 의혹’ 가토 기소
  • 김무성 ‘개헌 논의 봇물’ 발언
  • 전시작전권 환수 포기
  • 삐라의 시대
  • 미생의 유신
  • 세월호 선장 등 선고 공판
  • 정윤회의 파워
  • “청와대 실세는 진돗개”
  • ‘비선 조직’ 국정개입 논란
  • 통합진보당 해산
  • 지록위마
  • 2015년 신년인사회
  • “김기춘 사심없는 분”
  • 흔들리는 지지율
  • 김기춘·우병우·이명재
  • MB의 회고록
  • 문재인, 박정희 묘소 참배
  • 이완구 총리 지명
  • 담뱃세 인상과 저가 담배
  • 이병기 비서실장 임명
  • 리퍼트 대사 습격
  • 사드(THAAD) 배치 논란
  • ‘중동 일자리’ 발언
  • 101번째 편지

5.18 기념식

저 끔찍한 슬픔의 봄은 언제나… 엊그제 현창을 때리는 빗소리가 밤새도록 그치지 않더니, 아뿔싸! 아침엔 모란꽃이 모두 종적을 감췄습니다. 꽃잎에 가려 있던 씨방만 홀아비처럼 구차하게 남았습니다. 개화하고 불과 일주일이나 됐을까요. 연등 같은 꽃망울이 진한 자줏빛을 드러내고부터는 열사나흘이나 됐을까요. 참으로 허망합니다. 그 향기 그윽했습니다. 퇴근 무렵 멀리 문간이 보이는 곳에까지 바람에 그 향기 실려와 가슴을 설레게 했습니다. 나는 집안에 곱고 우아하고 기품있는 왕녀를 모시고 있는 양 의기양양했습니다. 퇴근해선 그 곁에 한참을 서성거렸고, 해 뜨기 전 향기가 가장 맑다 하여, 눈만 뜨면 창문부터 열어젖혔습니다. 그런데 십일홍도 아니었으니, 모란이 지고 나면 ‘삼백예순 날 섭섭해 우옵내다’던 김영랑 시인의 애상이 떠오릅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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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상시

졸렬하군, 참으로 졸렬하군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착잡합니다. 다짜고짜 이런 표현부터 떠오르고 있으니 말입니다. 용렬, 비열, 졸렬하다…. 모두 어리석고 서툰 짓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조금 다른 점은 용렬이란 변변치 못하고 어리석은 이가 하는 졸렬한 짓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라면, 비열은 제법 머리깨나 굴리는 자가 저지르는 졸렬한 짓을 두고 쓰는 말이라는 겁니다. 바탕은 졸렬이로되, 하는 자의 성품과 의도의 차이에 따라 달라집니다. 종합하면 졸렬이란 제 꾀에 제가 넘어갈 자가 저지르는 천박하고 지질한 짓을 두고 하는 말일 겁니다. 속어로는 ‘구리다’는 것과 비슷한 표현이겠죠.

요즘 님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삼국지>의 첫 장면이 떠오릅니다. “… 천하가 다시 어지러워진 까닭을 미루어 보건대 (후한의) 환제와 영제로부터 그 위태로움이 시작된 것이다. 환제는 선한 무리를 잡아 가두고 내시들만 높이고 믿다가 죽음에 이르렀고, 영제 또한 내시 조절 등이 정권을 농락하고 있었는데….” 어린 영제는 십상시에게 농락당하다가 결국 불행하게 죽게 됩니다. 내시의 잘못을 간하는 상서를 올린 의랑 채옹이 내시들에게 쫓겨난 뒤 조정은 장양과 조충 등 내시 10명(‘십상시’)의 놀이판이 됩니다. “영제는 우두머리 장양을 신임하여 아예 아버지라고 부르니, 천하의 사람들은 반란을 꿈꾸기에 이르고 도적들이 벌떼같이 일어나게 된다.”

국정원 선거 개입 문제를 덮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가장 피하고 싶었던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국가와 국민에게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정리될 수 있던 것을 여당은 물론 국가와 국민에게 해를 끼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우려했던 지난 편지가 생각납니다. 이런 상황의 바닥에는 국민과 대통령을 언제든 속이고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들의 오만과 얕은꾀가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제 주인을 조삼모사(朝三暮四) 고사 속의 원숭이쯤으로 알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대뜸 <삼국지>의 ‘십상시’가 떠오른 까닭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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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태’ 논란

이 정부의 귀태? 그건 국정원입니다‘귀태’ 논란이 속히 정리된 것은 다행입니다. 야당의 지나침을 낚아채 국면을 180도 전환시킨 뒤, 모자란 듯한 수준에서 상황을 정리하는 걸 보면 행마가 절묘합니다. 누구의 기획인지는 모르겠지만, 공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게 이정현 홍보수석이었으니 청와대 작품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첫날 야당의 저질 공세를 에둘러 비난했던 이 수석은 이튿날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능멸하고, 타도와 소멸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격한 어조로 비판했습니다. 새누리당은 이를 받아 대변인이 홍익표 의원의 사퇴와 민주당의 책임있는 조처를 촉구했고, 최경환 원내대표는 대통령기록물 열람 등 모든 국회 일정 중단 방침을 천명했고, 황우여 대표는 최고위원 회의까지 소집해 민주당에 대한 말폭탄을 쏟아부었죠. 지휘부의 기획과 지시에 따라 한 치의 어긋남이 없는 일사불란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게다가 홍 의원이 사과하고 원내대변인직에서 사퇴하자 곧바로 국회 일정을 정상화시킨 것은 더욱 세련돼 보였습니다. 나아가고 물러섬에 빈틈이 없었죠. 하긴 그 정도면 대박이었죠. 옛날 노무현 대통령에게 새누리당이 던진 막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여하튼 작전은 성공이었습니다만 해결된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함께 풀어야 할 상대방의 가슴에 불신과 화병만 더 쌓이게 했습니다. 그러니 지혜로운 해결보다는 대결 쪽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당면한 국정원의 대선 공작, 그리고 정치 공작 문제는 그런 상대의 실수에 기댄 게릴라 작전으로 해소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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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재 개편안부터 촛불시위

님부터 ‘치유하는 용기있는 리더십’을지난주는 참으로 다사다난했습니다. 봉급생활자들의 속을 뒤집어 놓은 ‘세제 개편안’에서 시작해, 남북간의 개성공단 실무 합의와 국민을 대표하는 기구인 국회를 우롱하는 원세훈, 김용판씨의 청문회 증언을 거쳐,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시민들의 변함없는 촛불 시위로 한 주가 마무리됐습니다. 남북 합의로 기록적인 무더위를 잠시 잊게 해주는가 싶더니 결국 더 큰 불덩이만 안고 또 한 주를 맞게 된 것입니다. 개성공단 합의는 특기할 만한 일이었습니다. 남북 화해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의 소생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이보다 더 주목할 것은 북쪽의 새 지도자 등장 이후 잇따랐던 3차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그리고 개성공단 잠정 폐쇄 등 모험주의적 행보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변화가 일어났음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앞으로 북쪽은 정치·군사적 이유로 공단의 운영을 위협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남쪽은 합의 내용대로 개성공단을 더욱더 발전시키고 확장시켜 북한이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으로 커갈 수 있도록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동화와도 같은 님의 디엠제트(DMZ) 세계평화공원 구상도 그 공허성을 조금은 벗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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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선거개입…“나와 무관한 일”

대를 물려가며, 막가자는 건가요? 박정희 정권 시절 정치 공작 ‘박근혜 후보’ 위해 부활
더이상 “나와 무관한 일” 발뺌하지 말고 꼭 답해야


부친 박정희 정권에선 중앙정보부를 빼놓고는 선거 이야기를 할 수 없었습니다. 집권 공화당은 선거조직의 일부일 뿐이고, 정부 및 지방 행정조직과 마을 단위 자치 조직은 물론이고 학교, 기업체, 사회단체를 동원하는 건 중정의 일이었습니다. 이들을 선거운동에 동원하고, 흑색선전 돌리고, 자금 살포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투개표 과정까지 뒤틀었죠. 기억하실 겁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선거가 1967년 총선(6·8 부정선거)과 1971년 대선이었습니다. 1967년 총선은 3선 개헌을 염두에 두고 개헌선(재적 3분의 2)을 확보해야 하는 선거였습니다. 그때 중정의 책임자가 그 무지막지한 김형욱 부장이었으니, 어떻게 진행됐을지는 짐작하고도 남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개헌선보다 훨씬 많은 의석(73%)을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투표자 수가 유권자 수보다 더 많은 선거구가 곳곳에서 나타났습니다. 중복투표, 대리투표는 물론 투개표 조작까지 있었다는 반증이었습니다. 부정이 얼마나 심했는지 공화당이 나서서 당 소속 당선자 7명을 제명하기도 했습니다. 3선 개헌 후 치러진 1971년 대선은 더 극악스러웠습니다. 얼마나 부정이 저질렀는지는 김대중 후보가 이후락 중정 부장에게 대놓고 했다는 ‘나는 박정희 후보에게 진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졌소’라는 말에서 잘 드러납니다.

선거 부정을 은폐하는 방식 또한 기가 막혔습니다. 김형욱 부장은 전면 재선거 요구가 정치권과 학원, 시민사회에서 분출하자 총선 한 달 뒤인 7월8일 이른바 동백림 사건을 터뜨립니다.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 화가 이응로 선생 등이 포함된 예술가·학자·공직자 194명이 동베를린을 거점으로 적화통일을 기도했다는 것입니다. 이 막무가내식 더러운 공작은 주효했습니다. 그 서슬 앞에서 부정선거 규탄과 전면 재선거 요구는 동결됐습니다. 이후락 부장은 더 심했습니다. 현실적인 위협인 김대중씨를 아예 일본에서 납치해 현해탄에 수장시키려 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끔찍한 시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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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1년

삼계가 화택이니, 어찌합니까 취임 1년도 안돼 안채, 사랑채, 행랑채 모두 불타고 있어
잘못 꿴 단추 모두 다시 풀고, 처음부터 다시 꿰야 할 때
더 지체하면 국민을 첩첩한 불길 속으로 밀어넣게 될 것


요즘 우리 처지를 생각할 때면 삼계(三界)가 화택(火宅)이란 말이 떠오릅니다. 안채, 사랑채, 행랑채까지 모두 불타고 있으니 오도 가도 할 곳이 없어 보이는 까닭입니다. 취임 1년도 안 돼 이렇게 됐으니 운명을 탓할 수도 사람을 탓할 수도 없고, 막막할 뿐입니다.

삼계화택(三界火宅)은 본래 불가에서 나온 말입니다.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불타는 집이라는 뜻으로, 생로병사와 윤회의 덫에 갇힌 인생의 숙명적인 고통을 뜻하는 것입니다. 고통의 뿌리인 집착에서 벗어나기 힘든 인간 운명을 비유한 것이기도 하지요. ‘나’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으니 번뇌망상에서 벗어날 수 없고, ‘나’의 애정·욕망·집착을 버리기 힘드니 고통을 털어버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불가에선,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으며(諸行無常·제행무상), 만물 중에 변함없는 ‘나’라는 것은 없다(諸法無我·무법무아)는 것을 깨달아, 번뇌망상을 털어버리고 집착에서 벗어나라고 말합니다.

‘나(혹은 아버지)’에 대한 집착, 이를 부정한 것들에 대한 통한과 복수…, 박근혜 대통령의 운명은 삼계화택의 상징 같아 보입니다. 부모님을 모두 흉탄에 잃었으니 과거는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절치부심 끝에 최고 권력을 획득했지만, 지금 돌아가는 걸 보면 그 자리가 펄펄 끓는 도가니 같아 보입니다. 미래를 어찌 점치겠습니까마는, 지난해 대통령 당선이 곧 비운이라던 사주가들의 흑룡띠(박근혜 후보) 운명에 대한 점괘가 가볍게 들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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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안보정상회담 참석

독일의 기억·기념하는 법을 배우고 돌아오길 독일은 나치의 ‘반인륜’을 계속 기억·반성해서 성숙
한국선 기억이 삭제·왜곡돼 인권유린 찬양 세력 활개
민주화기념사업회마저 정권 장신구로 전락하면 전체주의 부활할 수도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네덜란드로 갔다가 굳이 독일을 방문하는 이유를 국민들은 알고 있을 겁니다. 독일은 우리처럼 외세에 의해 분단됐지만, 우리와 달리 자력으로 통일을 이룬 국가입니다. 벌써 사반세기가 지났군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모습을 부러움과 아쉬움과 한편으론 원망 속에서 지켜보던 일이 말입니다. 독일을 방문하는 우리 지도자들이 그곳에서 꼭 특별한 행사를 한 것은 그런 까닭일 겁니다.

집권 2년차를 ‘통일론’으로 열어젖힌 당신에게도 이번 방독은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당신은 파친코와 잭팟을 연상시키는 충격적인 ‘통일대박론’으로 국민적 관심사와 논의를 주도했습니다. 때문에 독일 방문에선 통일 논의에서 무언가 분기점이 될 만한 천명이 나오리라 기대하는 건 당연합니다. 부탁 하나 하고 싶은 것은, 우리 국민을 파친코 앞에서 잭팟이나 기대하며 서성이는 그런 천박한 한탕주의자가 아니라, 화해와 평화를 꿈꾸고 추구하는 그런 멋쟁이로 세계인에게 부각시켜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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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단식

전시작전권 환수 포기

‘똥별’과 ‘대똥별’ 정치·승진에만 혈안인 ‘똥별들’보다 문제는 군 통수권자
전시작전권 포기, 대통령 스스로 태만·무능력 고백한 것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은 환호와 야유를 달고 다녔습니다. 그런 말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 가운데 하나가 2006년 12월21일 민주평통자문회의에서 했던 ‘전시작전통제권’(전시작전권)과 관련한 말입니다.

“대한민국 군대들 지금까지 뭐 했노? 나도 군대 갔다 왔고, 예비군 훈련까지 다 받았는데, 심심하면 세금 내라 하고, 불러다 뺑뺑이 돌리고 훈련시키는데 그 위의 사람들 뭐 했어. 자기들 나라, 자기 군대 작전 통제도 한 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놔놓고, 나 국방장관이오, 나 참모총장이오, 그렇게 별들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얘깁니까? 그래서 작통권 회수하면 안 된다고 줄줄이 몰려가서 성명 내고, 자기들 직무 유기 아닙니까?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미국 엉덩이 뒤에 숨어… 사시나무 떨듯 와들와들 떨고.”

이 말을 할 당시 미군에 주어져 있는 전시작전권을 50여년 만에 환수하기로 한 데 대해 이 나라의 ‘별’들은 연일 시위를 선동하고 있었습니다. 노 대통령의 이 한마디는 그런 ‘똥별’들을 한층 더 자극했습니다. 저희들 잘못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속으론 움찔했겠지만, 이를 감추기 위해서도 더 열심히 반정부 시위에 나섰죠. 이른바 군 원로들은 긴급 회동을 갖고 성명을 발표했는데, 이 성명에는 전직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각군 참모총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등 전직 군 수뇌 70여명이 동참했습니다. 맨 앞자리에 있던 ‘똥별’ 중의 ‘똥별’이 예비역 중장 유재흥이었습니다. 대한민국 군번 3번인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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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라의 시대

‘박씨 왕조-김씨 왕조’의 남북조시대도 아니고… 40년만에 서울에 재등장한 추억의 ‘삐라’
체감하는 표현의 자유는 그때보다 ‘한파’
대통령 한마디가 초헌법적 권능인 시대
대북전단 남북 입씨름은 왕조시대 방불


엊그제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 건물에서 삐라가 쏟아졌습니다. 4000여장의 삐라가 하늘을 나는 광경은 시민들에게 색다른 눈요기이자 경험이었을 겁니다. 지난달 20일 팝아티스트 이하씨가 광화문빌딩에서 뿌린 것과 같은 전단이었습니다. 첫 살포 때는 이씨와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이 신촌 등 서울 시내 곳곳에서 2만여장을 뿌렸다고 합니다.

삐라의 시대가 떠올랐습니다. 학내나 공단 주변에서나 뿌려지던 삐라가 광화문 사거리까지 진출했던 유신정권 말기가 그런 시대였습니다. 진실을 전하는 유일한 매체가 삐라였던 시절.

긴급조치 9호는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렸습니다. 유신헌법을 비판해서도 안 되고, 찬반토론을 해서도 안 되며, 대통령은 물론 긴급조치 자체를 비난해서도 안 되고, 정부기관을 비방하는 보도를 전해서도 안 되고. 긴급조치 사범을 체포하고 구금하는 데는 법원이 발부하는 영장도 필요 없었습니다. 눈에 띄는 대로 잡아 시한도 없이 지하실에 가둬둘 수 있었습니다. 대개 그렇게 붙잡히면 고문을 피할 수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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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장 등 선고 공판

선장의 부작위와 대통령의 부작위 책임 다하지 않아 승객 죽게한 선원들 ‘부작위 살인죄’
구조조치 의무 하지 않은 정부에도 그대로 적용해야


그래도 ‘박근혜의 검찰’은 오랫동안 회자될 화두 하나를 남겼습니다. 지난달 27일 세월호 참사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선장 이준석씨 등 일부 선원에 대해 적용한 ‘부작위 살인죄’가 그것입니다. 검찰이 재판부를 설득하는 데 실패하긴 했지만, 형법 귀퉁이에 끼어 있던 부작위 살인죄를 끄집어낸 것만은 평가받아 마땅합니다. 그건 이 땅에서, 권력과 함께 책임을 진 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죽었거나 죽어가는 국민들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정부, 입법부, 사법부, 검찰, 경찰 등등.

세월호가 304명의 시민을 태운 채 서서히 침몰하는 것을 지켜봤던 시민들은 지금까지도 자책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충분히 구할 수 있는 시간인데도 티브이나 보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시민들은 그런 죄의식을 가질 이유가 없습니다. 방송은 한동안 모두 구조됐다는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물론 곧 수정은 됐지만, 시민들이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안다고 해도 맹골수로에 뛰어들 수도 없었습니다. 그럴 책임은 더더욱 없었습니다. 그러나 사고 현장에서 해경의 만류에도 구조에 나섰던 어민들까지도 자책하고 있습니다. 유가족을 돌보던 김모 경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습니다. 시민들은 ‘그때 왜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가?’고 저의 부작위를 자책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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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우병우·이명재

검찰공화국과 추락하는 정권 박정희 시절 ‘고문·조작 피해자들’의 대리인을 겁박하는 검찰
진실과 거짓을 뒤집는 검찰…그런 검찰에 의존하는 이 정부
김기춘·우병우 있는데 이명재까지 ‘청와대 곁불’로 불러들여
검찰 전면에 나서면 정권의 추락은 빨라지는 게 헌정사의 교훈


“주변에선 <한겨레>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라고 하더라. 오랫동안 나라는 인간을 지켜봤고 일도 함께 해온 신문인데, 어떻게 검찰 말만 믿고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보도를 할 수 있는가?” 한 변호사 친구의 항의입니다. 인권과 정의를 지키는 길을 함께 걸어왔다고 자부해왔는데, 자신보다는 검찰의 말을 더 신뢰하는 데 대한 절망감의 표현이었습니다.

그는 요즘 과거사 배상·보상 사건 수임과 관련해 최근 지면에 자주 오르내렸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창립에 앞장섰고, 민변이 추구하는 가치를 앞장서 실천해왔고, 나름 그 분야에서 존경과 신망을 받아온 터였습니다. 그런 그가 인권과 정의를 앞세워 돈벌이나 해온 파렴치한쯤으로 매도됐습니다. 정부의 과거사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수천억원대 소송을 수임했고, 실비나 받아야 할 사건에서 수십억원대 성공보수까지 받아 챙겼다는 것입니다. <한겨레>도 그런 의혹에 군불을 때는 형국이었으니, 그로서는 착잡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고 그런 검찰을 나보다 더 믿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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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번째 편지

당신은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었습니다 첫 편지를 보낸 2년 전,
어떻게든 당신이 잘하길 바랐습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건 헛된 기대였고 공연한 바람이었습니다
절대왕정의 공주로서 성장을 멈춘
당신의 꿈은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아니었습니다
이젠 이 편지를 끝내려 합니다
안녕할 전망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안녕을 빕니다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 장례식에 참석하고 돌아온 당신을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이미 <한겨레>의 석진환 기자가 왜 가야 했는지 의문을 제기했고(28일치 2면), 권보드래 교수가 세습의 또다른 왕조 싱가포르의 천박성을 따진 글(28일치 23면)을 기고했습니다. 그럼에도 되짚어보는 까닭은 이번 행차만큼 ‘당신의 꿈’을 잘 드러낸 적은 없기 때문입니다.

석 기자가 지적한 대로, 나라의 품격을 높이자면 지지난해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추모식에 참석했어야 합니다. 실리를 따지자면, 지난 1월 사망한 세계 최고의 갑부 사우디아라비아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 장례식에 갔어야 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와 황우여 교육부 장관을 각각 조문 사절로 보냈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해외 조문을 한 건 15년 전이었습니다. 이렇게 드물고 귀한 대통령 조문외교의 대상으로 당신은 리 전 총리를 택했으니, 당신은 그를 얼마나 가슴 깊이 새겨두었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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